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과징금까지, 두 처분 따로 다투는 순서
시정명령 공문을 받았을 때는 '기한 안에 고치면 되겠지'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기한이 지나고 나면 불이행을 이유로 과징금이나 영업정지가 따라붙습니다. 이 단계에 오면 다퉈야 할 처분이 둘이 되고, 각각의 90일 시계도 따로 돌아갑니다.
시정명령은 '안내문'이 아니라 처분입니다
시정명령·시정조치 명령은 상대방에게 일정한 작위나 부작위 의무를 새로 지우는 행위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하명에 해당하고, 당연히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입니다. 공문 제목이 '시정 요청', '개선 통보'처럼 부드럽게 쓰여 있어도 의무를 부과하고 불이행 시 제재가 예정되어 있다면 처분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문제는 많은 분이 이 단계를 다투지 않고 넘긴다는 점입니다. 내용이 과하다고 느끼면서도 일단 이행해보자고 미룹니다. 그러다 90일이 지나면 시정명령 자체의 위법성은 더 이상 소송에서 정면으로 따지기 어려워집니다.
철도·통신·공정거래·환경·식품처럼 규제 법령이 촘촘한 분야에서는 시정명령 뒤에 불이행 제재가 세트로 따라옵니다. 최근에도 시정명령을 받은 뒤 같은 유형의 누락이 반복됐다는 이유로 기관에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첫 번째 명령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두 번째 처분의 방어선을 결정합니다.
처분이 둘이면 제소기간도 둘입니다
시정명령과 불이행 과징금은 별개의 처분입니다. 각각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라는 기간이 따로 적용됩니다. 과징금 통지서를 받고 나서 '그럼 원래 시정명령도 같이 다투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시정명령 쪽 90일이 이미 지났다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각하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선행 처분의 하자를 후행 처분을 다투면서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선행 처분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볼 수 있다면, 그 무효를 전제로 후행 과징금이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효의 문턱은 높습니다. 기본은 각 처분을 제때 다투는 것입니다.
| 구분 | 시정명령 | 불이행 과징금·영업정지 |
|---|---|---|
| 성격 | 의무를 새로 부과하는 하명 |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 |
| 제소기간 |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 별도로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
| 집행정지 실익 | 이행기한 도래 전이면 실익 큼 | 납부기한·정지 개시일 전이면 실익 큼 |
| 주된 다툼 | 명령의 근거·범위·특정성 | 불이행 여부, 재량권 일탈·남용 |
시정명령 단계에서 확인할 것
공문을 받으면 먼저 읽을 곳은 본문이 아니라 근거 조문과 이행기한, 그리고 말미의 불복 안내입니다. 그다음 명령 내용이 무엇을 어디까지 하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 봅니다. 무엇을 해야 이행으로 인정되는지가 불분명한 명령은 그 자체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 근거 법령과 조항이 실제로 그 내용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인지
- 명령의 대상·방법·범위가 특정되어 있는지,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 이행기한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기간인지(설비 교체·인허가 선행이 필요한 경우 특히)
-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가 주어졌는지, 의견을 냈다면 처분서에 반영됐는지
- 동일 사안에 이미 다른 제재가 있었는지(중복 제재 여부)
- 처분서에 불복방법과 기간이 고지됐는지, 고지가 누락·오기됐는지
이행기한이 촉박한데 물리적으로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투는 것과 별개로 기한 연장이나 이행계획 제출을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불이행 제재 단계에서 고의·과실과 사정을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구두로만 협의하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 됩니다.
집행정지는 시점이 전부입니다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는 이행기한이 지나기 전에 결론이 나야 의미가 있습니다. 기한이 지나 불이행 상태가 확정되고 제재까지 내려진 뒤에 정지를 구하면, 정지의 대상이 사라졌거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문을 받은 날 바로 기한을 역산해 두는 이유입니다.
과징금 쪽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금전 납부 의무는 사후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잘 인정되지 않습니다. 반면 영업정지나 업무정지처럼 사업 자체가 멈추는 처분은 정지 개시일 전에 신청하면 인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같은 사건에서 시정명령 부분은 집행이 정지되고 금전 제재는 유지되는 식으로 결론이 갈리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본안 소송과 집행정지를 함께 접수합니다. 집행정지만 따로 신청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본안이 계속 중이어야 합니다. 서류를 나눠서 준비하다 보면 며칠이 그냥 흐르니 처음부터 묶어서 작성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과징금 단계에서 다툴 수 있는 지점
불이행 제재는 '명령이 있었고 이행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 사실 위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이행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지, 이행하지 못한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일부라도 이행했다면 그 범위를 자료로 보여주는 것이 양정에 영향을 줍니다.
- 처분서와 송달봉투를 보관하고,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90일 만료일을 적어 둡니다.
- 시정명령 처분일과 과징금 처분일을 따로 적어 두 개의 시계를 구분합니다.
- 명령 이후 실제로 한 조치를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증빙(공문, 회의록, 계약서, 사진)을 모읍니다.
- 이행이 늦어진 외부 사정이 있었다면 그 근거 자료를 함께 모읍니다.
- 납부기한 또는 정지 개시일을 확인해 집행정지 신청 시점을 정합니다.
- 행정심판으로 갈지 바로 소송으로 갈지 정하고, 둘 중 하나로 90일 안에 접수합니다.
금액 산정도 다툴 수 있습니다. 부과 기준이 되는 매출액이나 위반 기간, 가중·감경 사유가 제대로 적용됐는지 확인합니다. 반복 위반을 이유로 가중됐다면 앞선 위반이 같은 유형인지, 가중의 기준 기간 안에 있는지도 쟁점이 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은 추상적으로 하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기준표와 대조해 숫자로 보여줘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행정심판과 소송 중 무엇을 고를지
대부분의 시정명령·과징금은 행정심판과 취소소송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별 법령에서 이의신청이나 심판을 먼저 거치도록 정한 경우가 있으니 처분서의 불복 안내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심판을 거친 경우 소송 제소기간은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다시 90일로 계산합니다.
사실관계가 단순하고 양정만 과하다고 보이면 심판이 빠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법령 해석이나 처분 근거 자체를 다투는 사안이라면 소송이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90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시정명령 공문과 뒤이은 과징금 통지서를 함께 놓고 보면, 어느 쪽을 먼저 어떤 방식으로 다퉈야 하는지가 대체로 보입니다. 행블리에서는 처분서에 적힌 날짜와 근거 조문을 기준으로 남은 기한을 계산하고, 집행정지를 함께 낼 사안인지까지 정리해 드립니다. 통지서를 받은 상태라면 날짜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정명령 기한이 이미 지났는데 지금도 다툴 수 있나요
이행기한이 지난 것과 제소기간이 지난 것은 다릅니다.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90일이 남아 있다면 시정명령 자체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행기한이 지나 불이행 제재가 이미 내려졌다면 집행정지의 실익은 줄어들고, 과징금 처분을 별도로 다투는 쪽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징금만 다투면 시정명령 내용도 같이 판단해 주나요
원칙적으로는 아닙니다. 선행 시정명령의 제소기간이 지났다면 그 위법성은 후행 과징금 소송에서 그대로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시정명령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제로 과징금의 위법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처분 모두 제때 다투는 것이 안전합니다.
시정명령에 집행정지를 걸면 과징금도 막히나요
자동으로 막히지는 않습니다. 집행정지는 신청한 처분에 대해서만 효력이 생깁니다. 다만 시정명령의 집행이 정지되면 그 기간 동안 이행의무가 멈추므로, 이후 불이행을 이유로 한 제재의 전제가 흔들린다고 주장할 여지는 생깁니다. 과징금이 이미 부과됐다면 그에 대한 불복과 정지 신청을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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