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심판·소송절차

90일이 지난 처분, 무효확인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경우

·읽는 데 약 6분 ·행정소송 전문 행블리

처분서를 서랍에 넣어둔 채 몇 달이 지나버린 분들이 있습니다. 뒤늦게 다투려고 보니 90일이 훌쩍 넘었다는 말을 듣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처분이 기한 하나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취소소송의 시계와 무효확인소송의 시계는 다릅니다

행정소송에는 제소기간이 있습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먼저 거쳤다면 재결서를 받은 날부터 90일을 셉니다. 이 기간은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무효확인소송은 다릅니다. 처분이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소송이기 때문에, 제소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행정심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한이 지난 뒤 상담을 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큰 전제가 있습니다. 기한이 없는 대신, 인정 기준이 훨씬 엄격합니다. 단순히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분취소소송무효확인소송
제소기간안 날 90일, 있은 날 1년제한 없음
행정심판 전치개별법에 규정 있으면 필요원칙적으로 불필요
다투는 내용처분의 위법 전반하자의 중대성과 명백성
인용 난이도상대적으로 낮음상당히 높음
집행정지가능가능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무슨 뜻인지

판례는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동시에 명백해야 무효라고 봅니다. 중대하다는 것은 위반된 법규가 처분의 근간을 이룰 정도로 핵심적이라는 뜻입니다. 명백하다는 것은 사정을 조금만 살펴보면 누구나 하자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는 뜻입니다.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합니다.

실무에서 무효가 문제되는 유형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처분 권한이 전혀 없는 기관이 한 처분, 처분의 근거 법령이 이미 없어진 경우, 처분 대상자를 완전히 잘못 특정한 경우 같은 것들입니다. 반대로 재량을 조금 과하게 행사했다거나, 사실관계 판단이 틀렸다거나 하는 사유는 대개 취소사유에 머뭅니다.

절차 위반도 마찬가지입니다.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거나 처분서에 이유를 제대로 적지 않았다면 위법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로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취소사유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한 안에만 다퉜다면 이길 수 있었던 사유가, 기한을 넘기면 무효 기준에 걸려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기한이 지난 상황에서 점검할 순서

기한이 넘었다고 판단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90일의 기산점인 '안 날'이 언제인지가 생각보다 자주 다퉈집니다.

  1. 처분서가 실제로 언제, 누구에게 송달됐는지 확인합니다. 동거 가족이 아닌 사람이 받았거나 주소지가 잘못돼 반송된 이력이 있다면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공고나 고시로 갈음한 처분이라면 고시일과 효력 발생일을 따로 봅니다.
  3. 처분서에 불복 방법과 기간이 안내되지 않았는지 살핍니다. 고지가 누락된 경우 기간 산정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있습니다.
  4. 기한이 확실히 지났다면, 하자가 중대명백 수준인지 법령과 처분 근거를 대조합니다.
  5. 무효 주장이 어렵다면 새로운 신청을 내고 그 거부처분을 다투는 우회 경로가 가능한지 봅니다.

마지막 항목은 실제로 자주 쓰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거부처분 자체는 기한이 지나 다툴 수 없더라도, 사정 변경을 들어 다시 신청했을 때 나온 새 거부처분은 그날부터 새로 90일이 시작됩니다. 모든 처분에 통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포기하기 전에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무효확인소송에도 집행정지를 붙일 수 있습니다

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해서 집행정지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의 효력이 사실상 계속 집행되고 있다면, 본안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 멈춰 둘 수 있습니다. 과징금 납부, 영업정지 개시, 허가 취소에 따른 후속 조치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집행정지는 본안의 승패를 미리 정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막을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본안이 어려워 보이는 사건에서도 집행정지만 먼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건축허가나 제재처분을 둘러싼 분쟁에서 집행정지 결정이 먼저 나오고 본안이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도 같은 구조입니다.

반대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다고 처분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본안에서 지면 정지됐던 효력이 되살아납니다. 멈춰 둔 기간 동안 본안 준비를 얼마나 촘촘히 했는지가 결국 결과를 가릅니다.

취소와 무효를 함께 거는 방법

아직 90일이 남아 있다면 선택지가 넓습니다. 실무에서는 취소소송을 주위적으로,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함께 거는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반대로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냈는데 법원이 무효까지는 아니라고 보는 경우, 제소기간 안에 제기됐다면 취소를 구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아 판단하는 예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한이 남은 단계에서 무효 주장만 고집하는 것은 손해입니다. 무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도 취소는 받아낼 수 있는 사건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한이 이미 지났다면 무효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입증 부담도 그만큼 커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한이 남았으면 취소소송이 중심이고, 기한이 지났으면 무효확인이 남은 길입니다. 어느 쪽이든 처분서와 근거 법령, 송달 기록을 먼저 꺼내 놓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행블리는 처분서의 송달일과 기산점을 먼저 확인하고, 취소소송으로 갈 수 있는 사건인지 무효확인으로 다툴 사건인지를 구분해 드립니다. 날짜가 애매하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빨리 확인해 봐야 할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무효확인소송은 몇 년이 지나도 낼 수 있나요

무효확인소송에는 취소소송과 같은 제소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처분의 하자를 입증할 자료를 모으기 어려워지고, 소의 이익이 남아 있는지도 따로 문제됩니다. 기한이 없다는 말이 언제든 유리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능한 한 빨리 검토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절차를 안 지킨 처분은 무조건 무효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처분은 위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취소사유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효가 되려면 하자가 중대한 동시에 외관상 명백해야 합니다. 그래서 절차 위반을 이유로 다투려면 제소기간 안에 취소소송으로 가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무효확인소송도 행정심판을 먼저 거쳐야 하나요

원칙적으로는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취소소송에서 개별법이 심판 전치를 요구하는 경우와 달리, 무효확인소송에는 그런 전치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심판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자료 확보에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처분의 성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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